본가같은 부엌이었다. 그렇지만 냉장고 모서리에 스테인레스 각이 잡혀있고, 우윳빛 플라스틱같은 재질의 거대한 냉장고라 우리집이 아닌 것같다. 창문은 없었고 그저 구조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큰 부엌이었다. 내 방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사실은 내 방이 아니었다. 그저 비슷하게 생긴 공간이었을 뿐 정확한 요소들은 모두 틀린 장소였다. 부엌에서 엄마가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부엌에 가보니 천장에서 거의 팔뚝길이만한 이상한 살점이 내려와있다. 붉은 살과 검은 핏자국들, 마치 내장같은 모양새를 띠었고 개불처럼 가끔 미동을 하는 그런 살점이었다. 엄마가 이걸 없애야겠다면서 살짝 건든 순간 정말 토가 쏟아져나오듯 터졌다. 천장부터 오른쪽 천장 모서리 그리고 벽을 따라 새끼 손톱만한 살점부터 거대한 살점까지 마구 튀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무언가 큰 충격에 부딪힌 것같이.
천장에 붙은 살점들을 닦아내려고 휴지를 돌돌 말아 다가갔는데, 이것들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밤벌레처럼 살점이 뭉쳐 그런 형태를 띠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벽을 뚫고 파들어가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붙은 살점들도 벽에 붙은 살점들 모두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굉장한 속도였다. 거기다 성장속도가 빨랐다. 통통해지는 놈들도 있었고 굉장히 길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나는 그걸 어떻게든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 뜨거운 물을 대접에 담고 세제를 마구 풀었다. 소금과 소다도 넣었다. 그리고 바퀴벌레 약 스프레이식으로 된것을 꺼내들고 냉장고 쪽에 있는 구멍하나에 뿌려댔다. 한참을 뿌리니 움직이던 살점하나가 더이상 파고들지 않고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새끼손톱만했던 살점은 그 짧은 시간동안 엄지만하게 변화해있었고 맑은 물에 담겨져서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양 끝에 촉수들이 살곰살곰 움직이고 있었다. 숨을 쉬면서 휴식을 취하기라도 하듯.
그렇게 한대접분량정도 제거를 하고 난후 한 구멍에다 약을 마저 뿌리는데 아차, 살점을 그릇으로 받지못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은 살점은 굉장히 길었다. 거의 4뼘정도 되는 길이의 살점은 엄청빠른 속도로 냉장고 밑으로 기어들어갔고 벽으로 들어가 다시 파고들기 시작하는 것을 틈으로 보았다.
더이상 약이 없어 동생에게 약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때 마침 친척들이 와서 거실에 앉았고 그들은 부엌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분명 빨간통인 바퀴벌레약인데, 동생이 사온 것은 푸른 색통이었다. 스프레이구를 끼우고 구멍하나에 짜넣으니 하얀 휘핑크림이 나와버렸다. 지금 동생은 군대를 간 청년인데, 꿈속에서의 동생은 초등학생, 중학생 무렵의 키가 작은 동생이었다.
여튼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이것들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는 것같았다. 엄마에게 이사를 가자했고 나는 정신병원에 붙은 방으로 옮겨가야했다. 택시에서 내려 숙소건물에 가야하는데, 내 곁에 이상하게 비대한 여자한명이 있었다. 거의 구체수준으로 살이 붙은 그여자가 왜 나와 함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숙소는 3층,? 그 이상되는 층에 있었고 여자가 먼저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려는데 보니 이 경사가 너무 심한 비탈이었다. 계단이 아닌 그저 45도, 50도? 혹은 그 이상될법한 경사는 발을 대는 족족 미끌어져 나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뒤에 경비가 엘리베이터를 타라했다. 하얀 엘리베이터 에 올라타 경비가 찍어주는 층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문이 닫히는데, 엘리베이터의 내부는 내가 하나 딱들어가 설정도로 좁은 직사각형 성냥갑같았다. 간신히 발을 움츠려 벽에 딱붙은 채로 올라가 내려보니, 아직 저아래에서 뚱뚱한 여자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기가 나올 수 없도록 막아놓는 낮은 여닫이 문처럼, 병원 안에는 사람들이 네발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다운 증후군같이 벙한 얼굴을 한채로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기어갔다. 손발에선 각질이 마른 것같은 살껍질들이 계속해 떨어져 한무리가 지나가고 나니 군데군데 껍질들이 허옇게 떨어져있었다.
간호사 하나가 안내해준방은 미닫이문으로 된 방이었다. 어쩐지 창가밑에 책상도 있었지만, 맞은 편 붉은벽돌 건물이 바로 코앞에 있어 낮인데도 방이 어두컴컴했다.
기분전환삼아 밖을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조금 분위기가 밝아졌다. 시멘트 위에 모래를 얇게 깐듯한 바닥에선 노란빛이 나는 듯했다. 스르륵스르륵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앞을 보니 모래 위로 뗏목들이 밀려왔다. 스님들이 탄 뗏목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무갈퀴로 뒤를 미는데도 스르륵 잘 미끄러져 나갔다. 스님들은 붉은 장삼을 걸치고 있었고 뗏목위엔 시체가 한구씩 누워있었다. 이상한 기분에 다리를 건너 돌아가려는데, 핸들을 꺾어 다리로 진입하려는 순간 어떤 뗏목과 마주쳐 멈추고야 만다. 늙은 스님은 거기서 멈추라 했고,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일단 합장인사를 드렸다.
합장인사를 받은 노스님은 옆의 젊은 스님에게 나를 가르켰고, 둘이서 나를 힐끔 보더니 킬킬 웃기 시작했다. 꽃상여가 실린 뗏목엔 어떤 중국소설에 나오는 장군같은 사람의 초상화가 실려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그 길을 건너지 않았다. 나는 그냥 되돌아왔다.
방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서려는데, 그 까만 방에서 유일히 빛이 들어오는 창문사이로 사람얼굴이 보였다. 그저, 높이가 3층이 넘는 다는 게 어렴풋이 생각나 창문가까이로 황급히 뛰어가보니 앞건물에 사는 고등학생이 건물에 목을 멨다. 조금씩 경련을 일으키며 아이는 숨이 멎고 있는 듯했다. 핸드폰을 들어 119를 눌렀지만 통화가 잘 되지 않았고 나는 복도에 나와 비명을 지르며 떨리는 손으로 119를 눌러댔다. 애 상태를 확인하려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창가를 보는데, 아이가 눈을 번쩍 떴다.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119에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치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가위를 꺼낸다. 흰 천으로 만들어진 머리위의 목줄로 팔을 올리더니 슥하고 끈을 끊어버렸다.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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