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5.

2010.08.06.금요일.

어느 순간부터, 내겐 시간이란 개념이 하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분명 엊그제처럼 모든 걸 기억하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그날 그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벌써 3년반째다. 매일매일이 낯설고, 그날그날 기분의 격차가 아주 컸다. 그나마 찾아온 손바닥안의 온기와 미묘한 안정감이 위안이 되어준다.

다 잃어버린 것같은 느낌이 들때마다 덜컥 드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사실,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도 없이 점점 품에 안게 되는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라는 말이 제일 무서운 말이었던 내겐 언제나 똑같은 하루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그런 미련함이 생겨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빨리 잊어야지 하는 순간부터 나는 시간을 놓기 시작했던 것같다. 그러나 과거를 놓는 만큼, 나는 다가올 시간조차도 놓아버리고 있었다. 오늘이 없으니, 내일도 없고, 그저 오늘도 아닌 내가 지금 숨을 쉬는 1분 1초, 딱 고만큼의 시간을 살고 있다. 그날 할일이나 내일 할일이라는 개념도 없다. 분명 내겐 언제쯤엔 유학을 하고, 언제쯤엔 전시를 하고 하는 계획이 있던 소박하고 투명한 때가 있었다. 어느메의 다이어리를 바라보다 울컥하는 마음에, 그저 덮어버렸던 것이 한두번이던가.

그러나 오늘 아침엔, 반투명하게 바슬바슬한 햇살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약간 그늘진 구름탓에 출근길이 편안해 들고나온 밀짚모자를 쓰지 않아도 되었고 견딜만한 열기와 따가움이 기분이 좋았다.

어제 마신 그 병맥주의 차가움이 기억난다. 하겐다즈의 딸기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다. 살콤살콤 싸먹던 월남쌈도 좋았다. 어느 공간을 채워나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타인을 착취하는 사랑이야기도 좋았다. 선풍기를 하나 더 놓은 방의 시원함도 좋았다. 잠깐 떠낸 코바늘 도일리도 좋았다. 한밤중에 지어낸 현미밥과 달걀구이, 그리고 밑반찬의 냄새도 좋았다. 두번 세번, 샤워한 뒤의 그 축축하면서도 시원한 느낌도 좋았다. 오늘은 집에 가다가 돗자리를 사볼까 한다. 도시락에 뭐뭐넣어서, 와인한병 들고, 책한권 들고 오후 다섯시 무렵, 해가 살짝 질무렵에 한강변에 가 엎드려 책도 읽고 초저녁잠도 자고 했음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