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5.

2010.08.26.

이내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방울진 밤은 창문을 타고 창틀에 고이기 시작했다. 축축한 습기를 피해 침대를 조금더 방 안쪽으로 밀고, 조금 쌀쌀한지 사람품을 파고드는 고양이 두마리를 안고 잠을 청했다. 그런날이 있다. 내 탓은 아니지만 결국은 내 탓이게 되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평생 살아온 것보다 괴팍해진 말로 더 까칠하게 상처를 주게 되는 날.

그런 날 다음이면 어김없이 몸 어딘가가 흐트러진다. 두통이 찾아올 듯해서 두통약을 꺼내먹고 물을 마시고선 컵을 내려놓다가 그만 컵하나를 깨고말았다. 오랜만에 꺼낸 사기컵이라 나름 기분전환을 해보려고 했던 건 더더욱 안좋은 결과를 낳는다. 부주의한 행동하나하나, 그리고 행동이 느리다는 건 이제 주변사람들이 내게 고치라는 말만 하는 것들이었다.

오전 내내, 그러니까 꼬박 일을 해온지 반년이 다되어가는 것같다. 삼, 사, 오, 육, 칠, 팔. 그리고 내가 들은 말은 거짓말하는 사람과 일을 못해먹겠다였다. 빠릿빠릿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성심성의껏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무언가 하고 했었는데 어느 한사람의 눈엔 그렇게 보이나 보다.

가끔은 생각하는게, 좀 부주의한 성격과 행동이 느린 건 고치면 될 것같기도 하다. 열심히 하다보면, 내가 더 신경쓰고 남들보다 못한 만큼 더 노력하면 고쳐지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다들 고치라고 하는 것들만 많고 내가 변해야하는 것만 말한다. 참 그냥 사는데에도 신경이 쓰이고 내가 이런 사람이란게 불편해졌다. 스스로가 불편해지는 건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잘하는 것들은 참 늦게 찾아낸 것들이다. 그나마 있는 손끝재주는 스무살 넘어서 나오기 시작했고, 스물세살 적부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었다. 손끝 바느질이 재미있어 재봉틀을 사고, 그림을 위해 종이를 모으고, 하지만 이 동네에 사는 수 많은 재주많은 사람들과 목표 뚜렷한 사람들 앞에 서다보면 참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딴엔 자의식 과잉이 되보려했지만 역시나 아직은 작은 탓에 나는 열등감에 메이고야 만다. 자기애 부족, 혹은 자의식 부족,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

머리카락을 반절로 자르고, 낯선 펌을 하고나면 나는 겉모습이 사뭇 달라진 어느 여자애가 되어있겠다.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빌어도 뺨을 얻어맞았던 때처럼, 내 눈은 증오감만 가득 차있지 애정이 없다. 애써서, 무언가를 찾아 손에 쥐어보려해도 참 어그러진 마음은 곧게 서기 힘이 든다. 일년, 이년 병원을 다니고, 삼년, 사년 마음을 편하게 가진다면 스무해를 살아온 내가 달라진다는 것이 사실일까 싶기도 하다.

이미 그 때에 나는 없어졌어야 했다. 고 삼. 딱 그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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