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일찌감치 마지막 분량의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전날 전화를 하고 아침에 간호사를 일찍 출근시켜 약을 받아가는 진상환자다. 덕분에 일찍 출근했다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잠깐의 상담을 마친 후 약을 받는다. 이번부터 집단 상담 치료에 들어간다는 환자는 나보다 조금 어린 스물네살이라며 소개를 시켜주었다. 스물네살인 아가씨는 인상도 환하고 얼굴도 예뻤다.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는데, 어쩐지 악수가 낯설어 손을 잡기가 어색했다. 잠깐 이야기 나누고 있으라며 의사선생님은 보호자 상담을 마저하러 들어가버리고, 잠시 마주앉아 있는데 아가씨의 오른쪽 손목엔 흉터가 비져나와있었다. 오랜만이었다. 애써 가리려고 이 더운 여름에 가죽팔찌를 끼고 있는 사람이란.
보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배시시 웃으며 조만간 흉터 지우는 시술과 문신으로 가리려 한다며 말을 건내는 이 아가씨는 자살시도를 세번이나 했다고 한다. 칼로 두번, 목을 한번 매었다는 아가씨는 그런 것같지 않게 참 구김살이 없어보였다.
계속되는 자살시도와 우울증을 어느정도 극복하고 이제 집단 상담치료를 통해 무언가 마무리를 지으려 하는 거라고 어눌한 말로 하는 아가씨는 내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미묘하게 꼬인 시선으로 다른 곳을 보며 말하는 걸 보며, 아, 저거구나 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그런데 언니는 그러지 말아요. 나도 이젠 안그럴 거니까요. 라고 말하고선 약을 나란히 받아들고 나와 지하철을 탔다. 엄마손을 꼭 붙잡고 지하철로 가는 그 아가씨가 많이 안쓰럽긴 했지만, 어쩐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당분간 정말 약도, 상담도 받지 않겠다고 말을 하고선, 한달, 두달 후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니 선생님의 약간 걱정어린 시선이 나를 쪼았었다. 괜찮겠냐는 말을 세번,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시도에 대한 통계자료를 말하며 매일매일 상담선생님에게 문자는 하라는 말을 했다. 나는 정말 괜찮아요. 하며 웃어보이고 잠도 잘자고 먹는 것도 잘먹는 거 알지 않냐며 눙을 쳤다. 그래도 반년전보다는 많이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새로한 머리도 참 잘 어울린다는 말도 들었다.
마음이 찰방댄다.
굳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이제서야 상담선생님에게 말했었다. 그때 그 집에서 서둘러 이사를 했던 것, 머리를 그후로 단발로 자르지 못하는 이유, 한동안 서늘했던 뒷목과 여전히 무서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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